人고영
<a lira and an arrowhead>
2025, 캔버스에 유채, 162×53cm
<a lira and an arrowhead>
2025, 캔버스에 유채, 162×42cm
고영(이가영)의 <a lira and an arrowhead>는 그리스ꞏ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를 해체해 재조립한 결과물이다. 화살통은 단순한 소유물과 상징을 넘어, 서로 다른 감각과 질서가 공존하는 두 개의 세계를 암시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추적자와 도망자의 구도가 아닌 생성과 반응, 감응과 변형의 구조로 재배열된 인물들의 관계는 어떤 우위도 없는 균형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명확한 신체도 구체적인 사물도 아닌 이들은 인간의 일부 같기도 혹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무언가 같기도 한 경계에 놓인 이미지 그 자체다. 작가에게 있어 불분명함은 곧 가능성이다. 경계라는 모호한 시공이 갖는 애매함은 화면에 배치된 두 존재가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서로를 감싸고, 밀고 당기며, 공명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미지의 잔해와 상징의 조각과 껍질을 흩뜨려 해석의 여백을 확장하는 것. 이러한 접근은 파편화된 시간 속 우연히 만나는 이질적 존재들로 하여금 이전에 없던 친화성을 획득하게 한다. 그렇게 고영은 끝나지 않은 변신의 서사로써 자신만의 설화를 덧씌우며 새로운 시간의 층을, 처음 만나는 서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