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이아현
〈이웃하는 사이〉
2024,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9분 15초
이아현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사건들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그것의 시간성을 영상으로 옮겨낸다. 매일 밤 마주하는 공사장의 풍경, 창 너머로 드리운 크레인 조명의 빛을 바라보며, 작가는 공사장의 이미지에서 누군가 등장할지도 모를 무대의 모습을 연상한다. 길게 이어지는 어둠 속 시간, 그 가운데 등장할 존재를 기다리는 감각은 곧 연속된 긴 장면으로 전환된다. 〈이웃하는 사이〉는 2024년 4월 중순,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의 시간을 담은 영상 작업이다. 작가는 매일 창을 통해 새벽을 기다리며, 시간의 감각을 또렷하게 느끼고 포착하기 위한 장면을 구성한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 빛이 나타나고 이동하는 그리고 다시 사라지는 일련의 순간들은 롱 테이크로 촬영되며,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고요하게 드러낸다. 캄캄한 어둠 속을 떠돌던 빛은 어느 순간 또렷해진 공사장의 풍경과 건물의 형상을 통해 명료해진다. 작가는 카메라의 렌즈가 아닌 자기 눈으로 목격한 장면들,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한 시간의 감각을 마치 공연에 빗대어 겹쳐낸다. 막을 내린 무대 위의 잔상처럼, 도시는 새벽의 푸른 공기를 머금은 채 도깨비불 같은 빛을 남기고 사라진다.